낮은 곳으로 - 이정하
낮은 곳에 살고 싶었다.
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어디라도 좋다.
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
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
한방울도 헛되이
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
그래,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
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.
나의 존재마저
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.
잠겨 죽어도 좋으니
너는,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
언젠가 휴대폰을 하다 만났던 이미지 속에 저 글이 있었다.
'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,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'
그 후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 저 마지막 구절이 늘 떠오르곤 한다.
잠겨 죽어도 좋다는 표현이 무언가 벅차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하다.
21.03.06 하루,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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