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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, 글

시 / 낮은곳으로 / 이정하

by olive올리브 2021. 3. 7.

 

 


 

낮은 곳으로 - 이정하

 

낮은 곳에 살고 싶었다.

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어디라도 좋다.

 

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

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

 

한방울도 헛되이

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

 

그래,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

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.

 

나의 존재마저

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.

 

잠겨 죽어도 좋으니

너는,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

 


언젠가 휴대폰을 하다 만났던 이미지 속에 저 글이 있었다.

'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,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.'

그 후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 저 마지막 구절이 늘 떠오르곤 한다.

잠겨 죽어도 좋다는 표현이 무언가 벅차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하다.

 

21.03.06 하루,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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